게임물등급위원회가 개최한 발전방향 모색 세미나에서 아케이드 게임 업종의 사행성과 향후 재생 방안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점수보관제'의 적법성 여부를 둔 논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토론자로 참여한 인사로부터 "아케이드 게임은 전과자"라는 발언이 나오며 현장의 분위기가 격앙되기도 했다.

29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최된 등급분류 발전방향 모색 세미나의 주된 토론 내용은 전체적인 심의 체계 발전과 인터넷 고스톱, 포커 게임의 사행성 여부였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들과 토론자들의 주된 관심 내용도 온라인게임 분야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한 논란이 시작된 것은 세미나가 마무리되던 저녁 무렵, 일반 방청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으면서 부터.

아케이드 게임 업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방청자가 "비경품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고객들에게 점수보관증을 써주고 영업을 한다는 이유로 기기들을 모두 압류당했다"며 "한번도 환전을 해준 적이 없는데 점수보관제가 문제가 되는 것인지 게임물등급위에게 묻고 싶다"고 질의를 제기했다.

점수보관제는 비경품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던 손님이 업장 영업 종료시점까지 게임기에 쌓인 점수를 다 소진하지 못한 경우 해당 점수를 기록해뒀다 그 손님이 다시 업장을 찾을 경우 업소 주인이 현금을 남은 점수만큼 기기에 대신 투입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금이 게임기에 투입되자 마자 손님이 환불을 요청하고 업장 주인이 손님의 요청을 받아들여 현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불법환전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어 논란을 사고 있다. 게임물등급위 측은 현재까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태.

질의를 제기한 방청자는 "손님이 돈을 투입해 게임을 하며 쌓은 점수인데 이 소유권은 손님에게 있는 만큼 영업종료까지 이를 소진하지 못하면 다음 날 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토론자 중 게임물등급위 이정훈 등급위원은 "오락실에서 갤러그 게임을 하다가 영업 종료 시간이 임박하도록 게임이 끝나지 않아 플레이 가능한 비행기 수가 남아 있다고 가정해보자"면서 "그렇다고 거기에 해당하는 만큼의 게임비를 다음 날 와서 받아가야 한다고 주장할 순 없는 것"아니냐고 답했다.

이정훈 등급위원은 "이는 게임속에서 획득한 점수가 누구의 소유인지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환전과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아케이드 게임 업주들이 언성을 높이며 "게임물등급위가 산업의 발전을 바라는 건지 파멸을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항의했고 토론자로 나선 위정현 교수가 이정훈 등급위원 대신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이어갔다.

위정현 교수가 "예를 들자면 아케이드 게임은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 볼 때 전과자"라며 발언을 이어가자 방청석의 일부 업자들이 "아케이드 게임도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산업이야"라고 외치며 거세게 반발했다.

위 교수가 "원래 화투를 만들던 닌텐도는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했을 때 혁신을 했지, 그러하지(사행성에 의존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이어갔으나 반발하던 일부 아케이드 업자들이 욕설을 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이날 세미나 말미에 불거진 논란은 한 때 전체 게임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몰락한 후 '소생'을 모색하고 있는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위정현 교수의 발언은 바다이야기로 인해 전체 게임산업은 물론 민생에 크나큰 파장을 미친 아케이드 업종에 대한 일반의 시각을 표현한 것으로, 맥락상으로는 이해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선 "공개토론회에서 하기엔 적절치 못한 비유였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게임물등급위 이수근 위원장은 최근 "아케이드 게임도 이전과 같이 발전할 수 있는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3년전 불거졌던 사행성 논란과 현재도 잔존하고 있는 사행화 우려, 이에 기준한 규제장치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