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연구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여가 활동 중 두 번째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분야가 게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1주일에 13시간 이상 TV를 시청하고, 게임은 평균 9시간을 즐겨 대중화된 음악이나 영화, 비디오 감상 등의 취미활동보다 더 많은 시간을 게임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은 이제 우리 일상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으며, 산업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08년 한국 게임의 수출액은 10억9000만달러로, 이는 2008년 우리나라 전체 문화 콘텐츠 수출액의 55%에 이른다. 영화 수출액의 무려 50배다. 3분기까지 게임회사들의 실적을 볼 때 올해도 게임수출 호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문화부도 당초 14억원 정도로 추산했던 게임수출 목표액을 16억원으로 수정했다.

이처럼 수출효자로 떠오르는 게임산업은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 무엇보다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과 정부의 지나친 규제 움직임이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대부분의 게임회사들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며 수년의 시간을 허비했다. 사실 바다이야기는 게임 자체적인 폐해보다는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기와 이를 운영하는 게임장의 인허가 비리 그리고 상품권 유통 정책에 대한 사행성 방조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 사건은 게임산업 전체를 뒤흔들었고, 막 성장하고 있던 온라인 게임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게임업계는 사행성 문제를 척결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게임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다.

사행화 조장을 이유로 게임의 재미를 위해 없어서는 안될 사이버머니를 없앤다거나 게임을 사행성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산하로 편입시키자는 의견, 그리고 특정시간대에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셧다운제' 등이 추진되면서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또한번 게임업계가 바다이야기 때와 같은 홍역을 치르는 것이 아닌가 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게임회사들은 밖으로는 수출에 힘쓰면서 안으로는 게임에 쓰여진 색안경을 해소하기 위해 열성을 다해왔다. 특히 지난 7월부터는 게임산업협회에 소속된 70여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동참,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고 건강한 게임 이용환경을 조성하고자 게임이용 시간을 하루 10시간으로 제한하는 그린게임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초부터는 자녀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시간이나 비용결제를 부모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청소년 피해 예방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한자마루, 오디션 잉글리쉬 등 즐기면서 공부가 되고 유익함을 얻을 수 있는 기능성 및 교육용 게임을 개발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로부터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NHN의 경우 올해 100억원을 투자해 기능성게임연구소를 설립해 실생활에 유용한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올초 정부는 수출 일등공신인 게임산업을 보다 육성하기 위해 오는 2012년 까지 3500억원을 투입, 수출 36억달러를 달성하고 7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해 세계 3대 게임강국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지원을 환영하지만, 이보다 앞서 게임산업에 대한 색안경을 없애고, 수출장려뿐 아니라 국내 게임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가 아닌 육성을 해주는 정책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와 업계 그리고 국민 모두가 건강한 게임 이용환경과 게임강국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고자 노력할 때 게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콘텐츠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정호 한국게임산업협회장